2010년대를 보내며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로 작성했던 리스트를 추려봤다. 트윗 쓸 땐 생각나는대로 아무렇게나 썼는데 이렇게 모아보니 나름 취향도 보이고 신기하다 ㅋㅋ 한 번만 본 영화도 있고, 여러번 본 영화도 있고. 근데 2/3정도는 두번 이상 본 영화들인듯.. 완성도나 작품성보다는 그냥 보고나와서 좋다고 생각한 영화들로 모았다. 더 좋아하고 말고는 있지만 딱히 순위는 없다. 분류는 내맘대로 점지해서 나눠봤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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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…
로그원 : 스타워즈 스토리 (2016)
프로메테우스 (2012)
그래비티 (2013)
혹성 탈출 : 종의 전쟁 (2017)
#로그원, 말할 것도 없다. 내 안에서 너무 완벽한 영화고, 스타워즈 중에서 단연 베스트. 비교가 민망할 정도.
#혹성 탈출, 진짜 골때리고 면없는 설정으로 제정신이냐? 소리가 튀어나오지만… 원숭이가 얼굴에 페인트칠하고 말에 타서 총 쏠 때, 원초적으로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……. 그중에서 3편은 시적이고 연극적으로 아름답기까지 해서 진심으로 가슴이 설레는게 어쩐지 혼란스러웠다. 주인공 유인원ㅋㅋ 이름이 카이사르니까 말 다 한 건가. 혹성탈출 재밌게 보더라도 별 의미 두고싶지 않았는데, 시저가 가족들과 머무는 폭포의 안전가옥 배경으로 학살자 대령과 마주할 때는 정말이지 영화관에서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퍼뜩. 그렇지만 뭐 촌스럽거나 짜증나는 부분도 많고 어디가서 추천은 못 한다.
우리는 무인이니 무력으로 해결합시다
무협 (2011)
엽문3 (2015)
매드맥스 : 분노의 도로 (2015)
로건 (2017)
분노 (2019)
#장르에선 액션이 최애긴 하지만, 좋아하는 영화라고 할 때 보는 건 액션의 퀄리티가 아니다. ㅋㅋㅋ 얼마나 액션이 세계관에 녹아있는가가 중요해. 어떤 액션을 해도 특히 이 세계만의 일이라는 게 느껴지면 좋다. 견자단 영화에서 꼽자면 액션이 더 좋은 건 널렸지만, 엽문3의 액션 시퀀스 배치와 무협의 스토리텔링은 참 절묘하고 아름답다.
#매드맥스가 2010s 최고의 아웃풋인데는 이견이 없겠지. 이건 영화가 아니라 어트랙션이다. 두시간짜리 롤러코스터. 근데 처음 친구가 추천해줬을 때, 포스터랑 스틸컷 보고선 아니 내가 이런 밀덕오타쿠 마초영화를 왜봄? 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ㅎㅎㅎㅎㅎㅎ
#로건의 액션이 특출나다고는 못 하겠다. 하지만 이렇게 짐승같은 엑스맨 영화가 또 어디있겠으며, 관용의 세계를 찾아 북쪽으로 떠나야하는 돌연변이들의 애수와 어린 아이의 고통어린 혈기가 잘 어우러진 이야기를 로건이 아니면 어디서 볼 수 있겠냐는거…. 아름다울 정도로 슬픈 스토리가 거친 액션으로 승화되는 게 상상 초월의 감각이다.
#분노는 좀 촌스러울 수 있어도 액션 하나는 수작임. 다른 무엇보다 강렬한 건 영화를 혼자 끌고가는 응오타인반의 퍼포먼스. 액션이 너무 거칠고 강해서 진짜 미친놈같다. ㅋㅋㅋ 근데 그 점이 흔한 이야기에 개연성과 흥미마저 부여하는게 인상적. 영화가 나름의 사회적인 메세지인 것마저 정말 호감이 갈 수밖에 없는 배우다.
염통 쫄깃 호흡 곤란
시카리오 : 암살자의 도시 (2015)
미스 슬로운 (2016)
비밀은 없다 (2016)
디트로이트 (2017)
#대통령님, 손소라 선생님께 제발 사형을 내려주세요. 우리의 마지막 소원입니다. (비밀은 없다)
#미스 슬로운, 재미로는 최고로 꼽는다. 다루는 소재나 캐릭터, 확실한 정치극인 거나 법정이 배경인 것마저 취향임. 별 생각 없이 틀었다가 넋놓고 본다음 다음 날 한 번 더 봤다. 차스테인과 음바사로의 텐션도 참 폭력적이고 설렘.
아름다운 어둠
서던 리치 (2018)
유전 (2018)
어스 (2019)
#무서운 건 영 약해서 공포영화는 잘 찾아보질 않지만, 좋은 영화는 공포여도 좋은 영화인 것. 세 작품 다 그만의 진한 로맨티시즘이 있다. 보고나서는 "뽕맛난다"고 그랬음.
#서던 리치에서 보고 충격받은 거울댄스는 정말이지 마이붐 소재. ㅎㅎ 무슨 매체든 동작을 싱크로 하면 거울댄스춘다고 소리지르기 시작한다. Us에서도 보고 좋아서 기절함.
찾아서 시리즈
서칭 포 슈가맨 (2012)
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(2013)
셔커스 :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(2018)
#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찾아가는 세 개의 다큐멘터리. 비슷한 느낌으로 와닿는 게 좋아서 묶어봤다. 각자로도 멋진 이야기고, 세 이야기가 다루는 주인공(인물, 작품)도 눈길이 간다. 진위여부를 모를 미스테리가 그렇듯 불길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도 묘하게 가슴을 울린다.
#서칭 포 슈가맨의 결말은 이따금씩 떠올라서 벅차오른다. 로드리게즈가 디트로이트의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딸들을 데리고 미술관이니 박물관을 다녔다는 사실도.
보이지 않는 여자들
미라클 벨리에 (2014)
룸 (2015)
미스트리스 아메리카 (2015)
콜럼버스 (2017)
레이디 버드 (2017)
#상상만이 아니라 희망하고, 계획하기까지? '멀리 떠나버릴 수만 있다면….' 그게 온종일 그녀가 한 일이었다. 기다리고, 희망하고, 어떻게 알시아를 데려갈지 생각하는 것. 본 적도 없는 외계 행성으로 가기 위해…… (팁트리 주니어, 보이지 않는 여자들)
#She was the last cowboy, all romance and failure. (미스트리스 아메리카)
콩트도 좋고, 캐릭터도 좋다. 그레타 거윅 연기가 너무 좋아서 처음 보곤 한참동안 계속 떠올렸다.
#익숙한 곳을 벗어나 가본 적 없는 곳으로, 자기만의 세계로, 고통스러운 공간에서 드디어 밖으로…
떠나는 여자들의 이야기, 항상 좋을 수밖에 없다.
사랑 사랑 뱅뱅
캐롤 (2015)
문라이트 (2016)
#둘 다 설레는 영화였지만 문라이트는 멋진 성장담이기도 했다. 믿을만한 어른을 연기하는 마허샬라 알리는 참 좋다. 등장도 퇴장도 역할 답다고 해야할까. 후안과 테레사, 케빈. 잠깐의 좋은 만남이 평생을 살아갈 용기가 된다. 내가 어릴 때 봤어도 좋아했을만한 이야기다. 애증하는 가족을 용서하고 나의 세계로 떠나는 것까지 포함해서.
My Own Private 최루영화
몬스터 콜 (2016)
나, 다니엘 블레이크 (2016)
패딩턴2 (2017)
벌새 (2019)
#몬스터 콜, 특별히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펠리시티 존스 필모그래피중에서도 손에 꼽게 좋아한다. 어린 시절의 음울한 부분을 잘 달래주는 영화. 그 시절 해야했던 말, 솔직하게 뱉어야했던 말을 지금이라도 되찾아주는게 참 감사하다.
#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?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.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 한다는 것.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.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. (벌새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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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고등학교 다니면서는 영화에 취미같은 거 없었고, 영화를 즐겨봤다고 할만한 건 10년대 초반 이후라서 이렇게 10년대 영화 정리하고 있는 게 새삼 신기하다.
갑자기 인생 첫 영화관 경험이 화려한 휴가였던 게 생각난다. 생전 영화관 안 가던 부모님이 무슨 명절이었는지 갑자기 영화관에 데려가더니 보여준 게 빨갱이 영화 ㅎㅎㅎㅎㅎ 두분 다 전남이 고향이고 아빠는 광주항쟁 때 실제로 거기 있었다고 하니 가지도 않던 영화관에 굳이 가족나들이까지 가서 본 게 납득가기는 한다. 우리 폭도 아니야 개새끼들아! 하는 결말은 아직도 기억난다. (그래서 이소룡 정무문 결말 보며 기시감과 설렘 느꼈음... ㅋㅋ)
10년대의 영화를 정리하는데 인생 첫 영화경험까지 생각하게 되니 내가 참 어리구나 싶기도 하고, 10년이 정말 길고 많은 일을 지나오는 시간이구나 싶다. 어쨌거나 이 리스트는 곧 2020년 넘어가는 지금의 취향인데, 10년대 초중반이나 또 20년대에는 어떻게 되려나. 기록해두면 나중에 볼 때 재밌을 것 같아 썼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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